
면세점이나 해외에서 위스키를 구입할 때, 한 병이라도 더 챙기기 위해 비교적 저렴한 위스키를 선택해 현지에서 100ml 정도 비우곤 합니다. 이번 여행에서는 글렌피딕 18년 VAT04가 그 주인공이 되었습니다.
향에서는 이전에 마시던 글렌피딕들에 의한 학습 효과 덕분인지 농익은 사과와 오크의 나무 향이 먼저 다가옵니다. 위스키가 입안에 들어오면 가장 먼저 탄산감 혹은 슈팅스타처럼 톡 쏘는 촉감이 맞이합니다. 이는 47.8도의 높은 도수에서 오는 알코올감 때문이 아닐까 생각됩니다. 하지만 목으로 넘길 때는 그 자극이 사라지고 부드럽게 넘어가는데, 이는 18년 숙성이 주는 깊은 부드러움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.
테이스팅과 피니시에서는 은은한 스파이시함과 함께 달콤하게 농익은 사과의 맛과 긴 여운이 남습니다. 여러 모금을 마시다 보면 목 안쪽에서 약간의 따끔한 스파이스가 느껴지기도 합니다. 글렌피딕 12년을 처음 접했을 때는 향과 맛이 흐릿해 개성이 부족하다고 생각했지만, 15년, 18년으로 올라갈수록 글렌피딕 특유의 사과와 배 같은 과실의 프루티한 개성이 점점 더 뚜렷하게 드러났던 기억이 있습니다.
결론적으로, 약간의 스파이시함만 감당할 수 있다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위스키라 할 만합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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